비가 와서 그런지 세수하고 거울을 보는데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옛날 사람들은 비누도 폼클렌징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옥 같은 피부를 유지했을까요? 사극을 보면 다들 피부가 참 고운데, 그 비결을 찾아보니 '조도'라는 아주 재미있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오늘처럼 마음까지 씻겨 내려가는 날씨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라 정리해 봤습니다.
1. 주방 재료가 화장품이 되는 마법
'조도'라고 하면 이름이 좀 어려운데, 쉽게 말하면 '가루비누'입니다. 팥이나 녹두, 콩 같은 곡물을 맷돌에 아주 곱게 갈아서 만들었대요. 신기하게도 이런 곡물에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물과 만나면 미세하게 거품이 난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가 쓰는 천연 비누의 원조가 바로 우리 조상님들 주방에 있었던 셈이죠. 비싼 수입 화장품이 없어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곡물로 피부를 가꿨다니, 선조들의 생활 지혜는 정말 봐도 봐도 감탄이 나옵니다. 자극도 없고 환경도 오염시키지 않는 완벽한 클렌징이었겠죠?
2. 선비들도 챙겼던 의외의 '깔끔함'
흔히 화장은 여자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조선 시대에는 선비들도 이 조 두를 애용했다고 합니다.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 싶겠지만, 당시 선비들에게 깨끗한 얼굴은 곧 '바른 마음가짐'의 상징이었거든요.
외출했다 돌아오면 조두 가루를 손바닥에 덜어 물에 개어 세수를 하며 하루의 먼지를 털어냈다고 해요. 특히 녹두 가루는 미백 효과가 좋아서 피부를 뽀얗게 만들어주기로 유명했습니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선비가 정성스럽게 세안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정갈한 삶을 추구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3.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아름다움의 가치
사실 요즘 화장품은 성분이 너무 복잡해서 가끔은 피부가 피곤해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조 두는 땅에서 난 곡물을 그대로 쓴 것이라 뒤끝이 참 깨끗합니다. 씻고 난 물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도 아무런 해가 없었으니, 진정한 의미의 '에코 뷰티'를 수백 년 전부터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죠.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데, 화려한 유물도 좋지만 이렇게 소박하게 피부를 가꾸던 선조들의 손때 묻은 일상 이야기가 참 정겹게 다가옵니다. 비가 그치면 저도 마트에 가서 녹두 가루라도 하나 사봐야겠어요. 조상님들처럼 맑은 피부는 안 되더라도, 그 여유로운 마음만큼은 조금 닮아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