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문득 아파트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 말고 예전 시골집 처마 밑에서 듣던 그 묵직한 빗소리가 그리워질 때가 있어요. '툭, 툭' 하고 일정하게 떨어지던 그 소리 말이죠. 블로그를 시작한 지 이제 3달째인데, 우리 전통의 매력을 알아가다 보니 기와지붕 하나에도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1. 물길을 열어주는 부드러운 곡선, 수기와와 암기와
한옥 지붕이 왜 저렇게 물결치듯 굽이쳐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게 다 집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지혜였더라고요. 비가 많이 오면 지붕에 물이 고이지 않고 빨리 빠져나가야 나무로 된 집이 썩지 않잖아요. 그래서 기와를 둥글게 만들어 물길을 내준 거래요.
볼록하게 솟은 '수기와'와 그 사이를 오목하게 받쳐주는 '암기와'가 만나서 빗물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통로를 만듭니다. 비 오는 날 기와지붕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작은 길을 따라 물줄기가 쏟아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지붕 위에 작은 폭포가 여러 개 생긴 것 같아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2. 나쁜 기운은 막고 복은 불러오는 '막새'
지붕 끝자락을 보면 동글동글한 떡처럼 생긴 장식이 붙어 있는 거 보셨죠? 이걸 '막새'라고 부른대요. 그냥 마감재인 줄 알았더니, 여기엔 조상들의 소박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연꽃 모양을 새겨 예쁘게 꾸미기도 하고, 무서운 도깨비 얼굴을 넣어 나쁜 기운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도 했답니다.
특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붕이 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성껏 구웠다고 하니, 기와 한 장에도 가족의 안녕을 빌던 그 정성이 느껴져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현관에 걸어두는 작은 '행운의 부적' 같은 존재였던 셈이죠.
3. 흙이 머금은 빗소리의 따뜻함
기와는 결국 우리 땅의 흙을 구워 만든 거잖아요. 그래서인지 비를 흠뻑 머금은 기와는 평소보다 색깔이 짙고 깊어져서 훨씬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시멘트나 철제 지붕은 비가 오면 소리가 조금 날카롭고 시끄러울 때가 있는데, 기와는 빗방울을 묵직하게 받아내서 그런지 소리가 참 부드럽고 다정하게 들려요.
자연에서 온 재료로 집을 덮고 그 위로 내리는 빗소리를 즐기며 살았던 옛날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니, 요즘 너무 바쁘게만 사는 우리에게도 이런 여유가 참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와처럼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하루네요.
글을 마무리하며
블로그를 시작하고 4달 정도 지나니 이제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깨진 기와 조각 하나도 그냥 지나쳐지지 않네요. 전문가처럼 대단한 지식은 아니지만, 제가 느낀 이 소소한 즐거움이 비 오는 날 여러분께도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같은 날, 어떤 빗소리를 들을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시나요? 혹은 기와지붕 밑에서 겪었던 잊지 못할 추억이 있으신가요?